2024.05.06 (월)
'우리가 모르는 이별의 이야기' - 이산의 섬 러시아 사할린 [ YTN기획특집 다큐멘터리 ]
[인터뷰: 서진길 / 1944년생]
"라디오 보듬고 울고 고향 생각이 나지 아무래도."
[인터뷰: 김정자 / 1942년생]
"누가 누구누구를 찾는다
그런 소리만 들었습니다."
[인터뷰: 조영제 / 1932년생]
"막 아버지가 쫓아와서
'일어나라, 일어나라, 네 사촌 동생이
너를 찾고 있다'. 일어나라고 쫓아 나오니
방송 끝나버렸지."
[내레이션]
1945년 8월, 온 한민족이 기쁨에 넘친
한반도 해방.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산의 아픔을 뜻하기도 했다.
여기, 애끓는 그리움 속에서
가족을 찾는 동포들의 이야기가 있다.
[내레이션]
러시아 극동의 섬, 사할린.
자작나무 숲과 초원이 드넓게 펼쳐진 이곳에
한인들의 애절한 역사가 묻혀 있다.
[인터뷰: 이경숙 / 1952년생]
"(아버지는) 언제든지 날마다 말했습니다.
(한국에) 가고 싶다고, 고향 이야기했죠.
그래도 뭐 편지도 못 쓰고 가보지도 못하고
다 돌아가셨죠.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여기서."
[내레이션]
1905년 러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사할린의
북위 50도 이남을 차지했다.
석탄과 목재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사할린.
일본은 이곳의 자원을 전쟁에 활용하기 위해
한인 3만여 명을 사할린 탄광과
벌목장으로 징용했다.
징용된 이들은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의 땅에서 나무를 베고 석탄을 캐야 했다.
[인터뷰: 김윤덕 / 1923년생]
"(전등이) 무거워요. 그래도 날이 되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요.
처음에는 해 놓으면 계속 앞으로 떨어지지."
(탄광에서) 앉아서 엎드려 일하는 데도 있고.
뒤로 누워서 일하는 데 있단 말이요.
여기 봐. 전부 새카매.
이렇게 엎드려서 올라가다 보니
모두 굳은살이 됐어, 전부."
[인터뷰: 서진길 / 1944년생]
"겨울에 일한 때 산에서 일한 사람은
얼어 죽은 사람도 있고.
추우니까 산에 가다가 돌아가신 사람도 있고."
[인터뷰: 이쾌임 / 1935년생]
"내 남편이 여기 끌려와서 2년 동안
일본인 밑에서 일하면서, 탄광에 일하면서
2년 동안 월급 하나도 못 탔어.
하나도 못 타고 그냥 다 (45년에) 해방되고
(월급) 다 없어졌지."
[내레이션]
1941년 진주만 공습을 감행한 일본,
연합군이 반격에 나서자 갈수록
수세에 몰리게 된다.
사할린 한인들에게 닥친 시련도 더욱 가혹해졌다.
[인터뷰: 안복순 / 1934년생]
"41년, 42년, 43년도에 일본이 좀 약해졌네.
소련(연합군)이 강해지고.
그래서 남자들을 다 일본 규슈로 끌고 갔죠."
[내레이션]
1944년 연합군이 일본 해상을 장악했다.
일본과 사할린 간 석탄 운반 길도 끊어졌다.
일본은 사할린에서 운영하던 탄광 일부의 문을 닫고
한인 3천여 명을 군함도를 비롯한
각지 탄광으로 동원했다.
두 번째 징용, 이중징용이다.
[인터뷰: 조영제 / 1932년생]
"학교 가서 공부하고 있는데 아버지는
낮 12시쯤 되어서 (일본으로) 떠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는 아버지한테서
편지 연락도 없고 아무 소식이 없었지요."
[인터뷰: 이수진 / 1942년생]
"남사할린 북쪽, 우글레고르스크,
레소고르스크, 보쉬니아코보.
여기서 제일 많이 (이중징용) 갔어요.
그때 빨리 데려가야 한다고,
'(일본에) 먼저 가라, 식구들 다음에 보내준다'고 거짓말하고 데려갔지.
그때 그 시대 안 가면 죽여 버리지 말도 못 하지. 그렇게 밤에 빨리 가라고. 그렇게 싹 데려갔지"
[내레이션]
가족을 데려갈 수 없었던 이중징용 광부들.
패전 후 일본은 이들을
사할린으로 보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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