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띵] 요즘 뜨는 ASMR '고래의 노래'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고래 울음소리를 들으며 편안함을 느낄까요? 또 고래가 울음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음이 편안해지는 고래 ASMR을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고래의 노래' 명상·심리치료 음악으로
페인은 1970년 하와이 혹등고래 울음소리를 녹음한 음반 '혹등고래의 노래'(Songs of the Humpback Whale)를 발매했습니다. 약 34분 분량의 이 음반은 미국에서 12만5000장 넘게 팔리는 등 성공을 거뒀습니다. 고래의 울음소리는 최근까지도 명상이나 심리치료용 음악으로 자주 이용되고 있죠.
고래의 노래가 안정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고래가 내는 낮은 주파수의 소리에 사람의 뇌가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정의필 울산대 IT융합학부 교수는 "저주파 소리를 들으면 사람의 뇌파도 주파수가 낮아지면서 잠자는 상태와 비슷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소리로 소통하고 사투리까지 쓴다
사실 사람은 고래가 의사소통을 위해 내는 소리의 대부분을 들을 수 없습니다. 사람의 주파수 영역대는 약 20~2만Hz(헤르츠)이지만, 고래가 멀리 떨어진 상대와 소통하기 위해 내는 소리의 주파수는 이보다 낮기 때문이죠. 지구 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대왕고래는 저주파를 이용해 800㎞ 넘게 떨어진 다른 고래와 대화를 나눕니다. 만약 인천 앞바다의 고래가 소리를 내면 일본 오사카 앞바다에 있는 고래가 들을 수 있다는 뜻이죠.
몇 마리씩 짝을 지어 생활하는 고래는 무리마다 서로 다른 '사투리'를 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15년 캐나다 댈하우지대학 연구팀은 태평양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두 향유고래 집단이 내는 소리를 비교했는데요. 같은 지역에 사는 고래들이라 해도 속한 집단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와 음색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공해에 묻히는 고래의 노래
대형 선박의 엔진 돌아가는 소리, 수중 물체를 찾는 음파탐지기(SONAR), 바닷속 석유나 천연가스 탐사에 쓰이는 '공기 대포' 등이 고래의 울음소리를 뒤덮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The Soundscape of the Anthropocene Ocean)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인간의 해상 이동량이 늘면서 주요 항로의 저주파 소음은 32배 증가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로 인해 해양동물들이 짝짓기와 먹이 찾기, 포식자 회피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죠.
인간에게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주는 고래의 노래를 어쩌면 더는 들을 수 없을지 모릅니다. 인간처럼 말하고, 듣고, 살아가는 고래. 그들에게 조용하고 깨끗한 바다를 돌려주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 아닐까요.
박건 기자, 이수민 인턴 park.kun@joongang.co.kr
영상=왕준열·우수진·황수빈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