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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병하 아라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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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병하 아라라요

 

 김병하 아라라요

 

노을녁 광대산 화암 약수대 걸처 앉아

8월 태양 속 녹음에 넘친 한나절

소리공무원 김병하의 아라리를 들었네

 

소리의 어른 안비취에 머슴 이춘희며

말석의 소인을 향해 나직이 내놓은 소리

정성~ 병하~라는 음감만큼 담백하네

 

오르는 산길 바람 소리인듯

내리는 계곡 물소리인 듯

아리 아리리요~ 눈이 올라나~

 

처연하여 눈길 서편 하늘 향하게 하고

텁텁하여 옛 동무 언약 떠올리게 하는

노래인 듯 푸념인 듯 속삭임인 듯

 

그대 역광에 여울지는 아리리 음표

그 후 오랫동안 입속에 맴돌다 갔네

아리 아리리 아라리요는

그대 것인가요 광대산 것인가요?

 

1986년 여름 정선극장 공연과 강연하던 날. 김보성

 

정선아라리 기능보유자 김병하 씨가 정선아라리를 부르는 모습 © 한길사, 한길사 주최 '한길역사기행단'의 정선아리랑답사에서 소리하는 김병하(장녀 김길자도 함께), 이날 시인 고은, 신경림, 김언호 한길사 사장, 변형륜 경제학박사, MBC 다큐팀, 아리랑연구가 김연갑 등이 참가했다. 1986.03.01.

 

1986년 3월 1일, 2일에 우리는 참으로도 아름답고도 구슬픈 가락을 뿜어내는 정선 아라리의 고장을 찾아가는 길을 나섰다. 나는 정선 아라리의 기능보유자 김병하 씨를 전날 서울로 오게 해서 우리 집에서 같이 자고 함께 동행했다.

고은 시인, 신경림 시인, 인하대 인류학과 김광언 교수 등이 강의와 안내를 맡았다. 서울대 경제학과 변형윤 교수와 서울대 서양사학과 이인호 교수도 참가했다. 연휴라서 아침 일찍 여유롭게 서울을 떠나 강원도의 전통가옥을 살펴보고 오대산의 월정사와 상원사, 평창과 정선을 잇는 비행기재를 넘어 정선으로 들어가는 코스였다.

정선 아라리의 서럽기 짝이 없는 음조는 듣는 이들의 가슴을 흔들어놓는다. 김병하 씨의 정선 아라리는 우리들에게 신비감을 전해주었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가 질려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몰려든다
명사십리가 아니라면은 해당화는 왜 피며
모(暮) 춘삼월이 아니라면은 두견새는 왜 우나

아우리지 뱃사공가 배 좀 건너주게
씨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쌓이지
잠시잠간 임 그리워서 나는 못 살겠네


태백산맥의 그 준령을 넘으면서 우리들은 경악했다. 지금은 고속도로가 놓이고 터널이 뚫려 정선의 사람들도 쉽게 나들이를 하게 되었지만, 1980년 중후반에 우리가 찾아가는 정선은 참으로 험준한 성마령 고개를 넘고 넘는 첩첩산중이었다. 고은 시인은 말했다.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 이 땅의 아들이다. 삼천리 산과 물의 대지는 내 아버지고 세 바다는 내 어머니다. 여기서 태어나서 여기서 싸우고 여기서 이룩하고 여기서 묻히는 것을 어느 것 하나 막을 수 없다. 이것이 나의 불가피성이다. 국토는 이것이야말로 민족을 다른 것으로 해체할 수 없는 삶의 항구적인 규범이다.”

정선 아라리가 기원되었다는 아우라지에서 사람들은 다시 노래를 듣고 걸었다. 저 지난 시절 정선의 사람과 물건은 아우라지에서 배를 타고 영월에 이르고 다시 송파나루의 노들나루, 그리고 마포나루와 행주나루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었다. 이 땅의 인심과 풍속, 정서와 사상은 그 강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정선 아라리 기념비 앞에서 한길역사기행 일행들은 다시 김병하 씨와 그의 딸 김길자 양, 그리고 최능출 씨의 소리를 들었다. 아무리 들어도 더 듣고 싶었다. 험준한 산악으로 외지와 차단된 척박한 땅 정선 고을의 사람들은 지극히 서정적이고 질펀한 해학을 노래로 만들어 냈지만 때로는 저항적인 정신으로 진전되는 것이었다.

삼십륙년간 피지 못하던 무궁화 꽃은
을유년 팔월 십오일에 만발했네
사발 그릇이 깨어지면은 두세 쪽이 나는데
삼팔선이 깨어지면은 한덩어리로 뭉친다

역사와 삶은 노래를 만든다. 정선의 국토와 민중의 삶은 500수 이상 되는 노래를 만들어내게 했다는 것이다. 이른 봄날, 정선 아라리를 찾아가는 역사가행을 통해 우리들은 이 국토가 창출해내는 노래와 정서를 가슴으로 체험하는 것이었다.(어느 출판인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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